[어린왕자] 당신의 바오밥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바오밥은 무엇인가요? 

책 『어린왕자』는 사막에 불시착한 ‘나’에게 다가와, 어른들의 시선에 꺾여 더 이상 그리지 않던 그림을 그려달라고 말하는 어린왕자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어린왕자는 바오밥나무와 장미🌹, 여우와의 인연, 여섯 개의 혹성에서 만난 어른들의 이야기를 이따금씩 들려줍니다.

여러분도 모르게 불씨에 피어오르는 바오밥은 무엇인가요? 어린왕자는 바오밥나무를 뽑아내는 이야기를 합니다. 어릴때는 이 바오밥나무 그림을 그냥 재밌게만 봤것 같은데요. 어른이 되서 읽으니 바오밥나무가 뒤덮은 혹성이 이렇게 슬프게 다가올지 몰랐습니다. 3개의 바오밥이 뒤덮힌 혹성을 보니 너무 슬프더라구요. 어릴때는 우스꽝스러운 혹성인지 알았는데... 방치하면 별을 뒤덮는 바오밥나무는, 삶에서 무심코 지나친 것들이 자라나 정신차려보니 모든 것을 잠식하는 순간과 닮아 있어요. 치우침은 곧 파괴로 이어진다는 경고처럼 느껴졌습니다. 


저의 바오밥은 완벽주의입니다. 완벽하고 싶어서 잘 도전을 못해요. 그리고 뭔가 잘 안되면 쉽게 포기하곤 합니다. 어린왕자를 읽으며 저의 바오밥이 올라올때면 나이키 광고를 생각합니다. '그냥해'. 바오밥을 삽으로 계속 퍼냅니다. 책을 읽고나서 완벽주의로 게으름피우고 있는 저를 보며 외칩니다. 그거 바오밥이야! 얼른 퍼내! 완벽주의라는 이름의 방치까지 퍼내!  

 

은유로 뼈때리는 여섯 혹성별 이야기


바오밥 이야기를 지나 325번부터 330번까지 이어지는 혹성별 이야기는 권위에 집착하는 왕, 찬미만 바라는 허영심 많은 사람, 술을 마시는 이유조차 잊은 주정뱅이, 소유에 집착하는 실업가, 명확한 의미 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사람, 가본적 없는 기록을 하는 지리학자를 통해 어른들의 모순과 공허함을 비추다 못해 뼈를 맞은듯 아픕니다. 아이처럼 단순하고 순수한 질문 하나에 흔들리는 그들의 모습은, 착잡하게 닮아있는 어른의 나 자신의 모습을 보는듯해서 많이 울적했습니다.

 

 

 

관계의 본질, 길들여진다는 의미 - 장미와 여우

 

이 책의 백미인 장미와 여우씬은 인연과 책임, 그리고 소중함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말보다 중요한 건 함께한 시간"이라는 메시지는, 유의미한 ‘관계’란 단지 오래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라 함께 시간을 나눈 사이임을 알려줘요. 의미 없는 많음보다, 깊이 있는 하나의 관계가 더 소중하다는 메세지가 마음에 남습니다. 물을 길어 나르는 장면에서는 아무 말 없이 나란히 걷던 어린 시절의 나와 마주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말보다 마음이 통하던 순간들, 설명 없이도 충분했던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잃어버린 어린왕자를 다시 만나는 방법

 

어린왕자는 “두 번째 문에서 문을 통과한 독사는 독이 없다”고 말하고는 홀연히 사라집니다. 마치 어른이 되기 위해 희생한 어린 날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제 어린왕자를 어떻게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이 책을 덮으며, 조급함과 본질이 아닌 것들이 바오밥처럼 자라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고, 평가하고, 효율만 따지느라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기를. 어린왕자가 알려준 것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걸 기억하고 싶습니다.